1. 대상관계이론의 발달 배경
 
 

대상관계이론은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 테두리 안에서 발전하여, 현대 정신분석학의 주된 흐름을 형성하는 이론이다. 대상관계이론은 어느 한 이론가에 의하여 완성된 것이 아니라 Melanie Klein, Ronald Fairbairn, Donald Winnicott, Otto Kernberg, Margaret Mahler, Michael Balint 등의 수많은 이론가들에 의해 발전되었다(Hamilton, 1988).

‘대상’이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프로이트이다. 그는 인간을 본능적 추동(drive)에 의해 지배되는 자기 중심적 개체로 보았기 때문에, 본능적 욕구 만족, 충동발산, 긴장이나 불안 감소 등의 개인내적(intrapsychic) 심리과정을 중시했다. 따라서 Freud에게 있어 대상은 욕구만족을 위한 쾌락의 수단이며, 충동을 감소시킬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대상관계이론에서의 대상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다. 대상관계 이론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생물학적 본능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욕구충족 수단 이상의 목적이자 대상이다. 대상관계 이론에서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타인(타자)이며, 이차적으로 그 타인과의 관계 경험을 통해 개인 내부에 형성된 내적인 대상을 말한다. 개인 내부에 형성된 내적인 대상들은 과거 대인관계 경험을 반영할 뿐 아니라 현재 대인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아구조의 발달에 있어서 본능적인 추동의 영향을 강조하고 개인내적 심리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관계인물과의 실제 상호작용은 중요시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오이디푸스 갈등 이전의 심리발달에 관심을 두고 생애 초기 양육자와의 관계 경험이 자아구조의 형성과 병리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따라서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생물학적 요소인 추동에 의한 발달의 중요성은 감소하게 되었고 유아와 부모관계의 성질과 초기 관계에서의 장애 등이 더욱 강조되었다. 하지만 대상관계이론가들 사이에서도 초기 관계경험뿐만 아니라 추동이 어느 정도 개인의 성격구조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Hamiton, 1988 : St. Clair, 1986).

* 대상관계의 대표 이론가들

☢ 페어베언 (W. R. D. Fairbairn)

: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순수하게 타인과의 관계 욕구로 전제했다는 면에서 진정한 대상관계이론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타자들과 관계 맺는 방식과 내용의 변화 과정을 유아적 의존단계에서 성숙한 의존 단계로 가는 성격 발달로 설명했다. 출생 시에 완전하고 통일된 자아가 이후 관계 성숙 과정에서 불완전한 대상관계 경험을 하면서, 보상적 내적 관계가 증가하고 자아가 분열되는 정도를 병리의 정도로 설명했다.

☢ 클라인 (Melanie Klein)

: 프로이드의 이론을 보다 초기의 발달단계에 적용하였으며, 성인 환자들의 자유연상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어린이의 놀이를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들도 분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 대상관계 이론가이다. 클라인은 타고난 대상 이미지와 공격성에 의해 대상관계가 비롯된다고 주장하면서, 초기 환상들, 불안, 그리고 원시적인 대상관계를 강조하였다. 1

☢ 위니캇 (D. W. Winnicott) 2

: 프로이드와 클라인의 이론을 결합시켜 자기(self)에 관한 자신만의 이론을 발전시킨 이론가이다. 그는 정신분석가이자 소아과 의사였기 때문에 아기들과 어머니를 많이 관찰하면서, 주로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동시에 개별화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자기(self)의 험난한 투쟁을 연구했다. 소아과 의사로서의 오랜 경험은 그의 이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그는 아동과 그들의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맥락에서 자기의 발달과 발달 장애들을 설명했다. 위니캇은 대상관계가 전적으로 양육자가 제공하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안아주는 환경, 충분히 좋은 엄마, 중간 대상 등의 위니캇만의 독특한 개념은 실제 많은 임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 코헛 (Heinz Kohut)

: 전통적 정신분석가로서 충실한 길을 걸었던 코헛은 자신의 명성이 절정에 다다랐던 1970년대에 자기(self)의 개념을 중심에 둔 저서들을 출판하면서 정신분석학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Being mirrored / idealizing 욕구를 강조하면서, 이러한 욕구가 부모 또는 중요한 대상에게서 충족될 경우 응집된 자기(자기 존중감과 확신이 있는 자율적 자기)가 발달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양육자가 유아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반영과 이상화 욕구 결핍으로 특징 지워지는 자기애적 성격장애 병리가 생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현대인의 가장 핵심적인 병리현상으로 보았던 코헛은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주었다.

☢ 말러 (Margaret Mahler)

: 자기의 발달 단계를 생후 2년 여 동안의 기간을 중심으로 ‘정상적 자폐단계(생후 1-2개월), 정상적 공생단계 (2-7개월), 개별화와 통합단계(생후 2년 정도)’로 나누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자기, 혹은 대상의 구분 자체가 없는 단계(정상적 자폐)를 거쳐, 자기와 대상이 혼재되다가(정상적 공생) 서서히 중요한 타인과 자신을 분리하면서 개별화된 자기를 형성개별화)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말러가 말한 성공적인 통합을 이룬 개인은 자신과 대상에 대한 좋은 면(좋은 표상)과 나쁜 면(나쁜 표상)을 동시에 하나의 존재로 통합해 내는 자기를 갖는 개인이다. 하지만 통합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경우, 통합된 자기와 대상에 대한 표상을 갖지 못하고, 분열된 자기감과 대상에 대한 표상을 갖는데 이것이 병리의 발달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 이 외에도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해 대상관계적으로 접근한 컨버그(Otto Kernberg) 등과 넓은 의미에서 애착 이론가들이 대상관계 이론의 영역 안에 포함될 수도 있다.

2. 대상관계이론의 개념

대상관계이론의 초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에 있다. 첫째, 타인들과 맺는 내적 관계의 안정성과 깊이, 둘째, 죄책감과 분리를 견디는 능력과 우울해지는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 셋째,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양가감정에 대한 내성, 넷째, 자기개념의 통합정도, 다섯째, 자기개념과 행동패턴 사이의 조화의 정도 등이다.

가. 대상관계 이론에서 보는 인간에 대한 관점

(1) 전체적인 관점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인간에게는 관계를 형성하려는 본능적 욕구와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며, 대상과 형성하는 관계의 질에 따라 그 사람의 심리내적 특성이 크게 좌우된다. 물론 Freud도 대상개념을 사용했다. 그러나 Freud에게 있어서 대상은 어떤 다른 욕구를 만족시키기기 위한 이차적 수단으로서 대상개념이었다. 그러나 대상관계이론에서는 대상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로 간주한다. 이처럼 대상관계욕구를 인간의 본래적 동기로 본 것은 Fairbairn이 “리비도는 대상을 추구하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점을 뒤집어서 본다면 사람들에게 가장 심각한 공포와 불안은 개인의 내적 갈등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관계의 상실이나 왜곡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대상관계가 상실되거나 왜곡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두려움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상의 상실 또는 상실의 가능성, 거절당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버려짐에 대한 공포(fear of abandonment)이다. 이것은 대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가 그것이 상실되거나 상실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자신은 대상으로부터 거절을 경험할 때 발생하는 두려움이다.

둘째, 개별화에 실패하여 관계로부터 떨어질 수 없고 개별화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함입에 대한 공포(fear of engulfment)이다. 대상관계이론에서 대상관계와 관련된 인간의 본성 중 하나는 개별화로 향해 나아가려는 특성이다. 이것은 Mahler에 의해 체계화되었지만 여러 이론가들에 의해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인간특성이다. 즉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상실할 때에도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지만 개별화에 실패하여 관계로부터 떨어질 수 없고 개별화할 수 없을 때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Balint는 이러한 두 가지 성향에 대해 인간은 ① 대상과 친밀해져서 애착을 형성하려고 하며 분리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성향(ocnophilic)과 ② 자아의 능력을 활용하여 세계를 탐색하고 대상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여, 지나치게 깊은 관계에 빠져버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성향(philobatic)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셋째, 사람이 자기 자신의 핵심이 취약할 때 그 취약함을 보거나 경험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는데 그것은 공허감에 대한 공포(fear of emptiness)라고 한다. 이것은 Kohut의 이론에서 추론할 수 있는 현상으로서 자신의 내면세계가 비어있고 그것을 숨기거나 피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2) 말러의 인간관

대상관계 이론은 인간개인과 그 개인의 성장을 도모한 양육자를 중시한다. 클라이언트에게 영향을 주는데 활용되는 기교들의 조직보다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감금된 자아"를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대상관계 이론은 자아

의 독립과 자율성에 의한 자기실현을 주장하는 인간관에 의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Mahler는 실제적인 인간의 본성을 구성하는 몇 가지 필수적인 특성을 실험적 연구를 통해 제시했다.

① 인간은 상대역을 필요로 하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대상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② 인간은 자율성을 통해 자기를 확인하려는 실천적 욕구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

③ 인간은 자기중심으로부터 다른 존재와의 참여를 희구한다. 그러나 이동에 수반되는 위협을 두려워한다.

④ 인간은 자아의식이라 칭하는 유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은 주체성을 확립하려는 뛰어난 의지와 독특한 자극에 의해 강화된다. 인간은 선한 존재도 아니며 악한 존재도 아니다. 다만 대상과의 거래에 의해서 그 특성이 결정되는 유동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악한 특성을 갖게 된 인간은 선을 추구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선한 특성의 인간은 선익선을 위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러한 관점의 대상관계 이론으로 인간을 조명해 보았을 때 인간은 결국 선을 추구하는 특이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나. 대상관계이론의 기본개념

(1) 대상과 대상관계

대상관계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상’이나 ‘대상관계’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상(object)’이란 주체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주체가 관련을 맺는 어떤 것'(Clair, 1996)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상관계’란 주체인 한 개인이 특정한 양식으로 대상과 맺는 관계이다. 초기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사물을 포함하여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든 것이 대상 개념에 포함되었지만, Fairbairn 이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본능적 욕구로 간주되면서 대상은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대상관계가 일차적으로 심리 내적 구조를 의미하지, 반드시 외부 대상과 맺는 대인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상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중에서 부분대상과 전체대상, 외부대상과 내부대상, 그리고 중간대상 등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부분대상과 전체대상

한 개인의 심리적 세계에 남아있는 이미지나 표상은 반드시 그가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주요 타자의 전체(전체대상)에 대한 것만은 아니며 그 대상의 어떤 특정한 부분(부분대상)에 대한 표상이 될 수도 있다. 즉 한 개인의 젖가슴이나 손가락 같은 한 개인의 특정 부분이 개체의 대상이 될 때 그것을 부분대상이라고 한다.

부분대상과 전체대상의 구분이 중요한 까닭은 개인이 성장하면서 부분대상(예: 엄마의 손, 팔, 젖가슴, good과 bad)을 통합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은 개인의 심리적 발달에서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대상의 신체적인 측면만 살펴볼 때, 유아초기에 엄마가 유아를 감싸는 손(good)과 꾸짖는 입(bad)이 서로 분리된 대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유아가 성장하면서 갑자기 그 두 부분대상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엄마라는 전체대상에 동시에 속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유아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고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서 엄마라는 전체대상은 내게 좋은 자극을 주는 것(good)과 나쁜 자극을 주는 것(bad)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대상이라고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것은 엄마에 대한 전적인 수용과 통합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되며, 그러한 수용과 통합은 성숙한 성격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같은 원리가 심리적이고 인격적인 성숙에도 적용된다. 대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모두 가진 통합된 개체로 인식할 때 성숙했다고 하고, 일부분만을 인식한다든지 전체에 속한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성향, 즉 분리(splitting)나 흑백논리의 심리적 기제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그러한 개체를 심리적, 성격적으로 미성숙하다고 한다.

2) 외부대상과 내부대상

①외부대상 내부대상

외부대상이란 성장 초기나 현재에 주체의 주변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중요한 타자들을 의미한다. 한편 대상은 반드시 외부의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외부대상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내부대상도 포함한다. 내부대상이란 한 개인이 성장초기에 자신을 돌본 중요한 사람과의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심리적인 구조의 한 부분으로서 초기관계의 흔적이 남아서 자신의 성격의 일부분으로 남아있는 것을 의미한다(Scharff & Scharff, 1992).

②외부대상과 내부대상과의 관련성

첫째, 내부대상은 외부대상과 했던 경험의 결과 남은 흔적으로 형성되며,

둘째, 내부대상은 현재의 외부대상을 선택하는 과정이나 외부대상과의 관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내부대상은 현재의 외부대상에 의해 수정되기도 하는 상호적 관계에 있다.

3) 내적대상

내적대상이란 Fairbairn의 독특한 개념으로 관계의 실패로 개인의 내면에 남는 대상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정의상 병리적이다. 대상들과의 관계가 만족스러우면 자아는 완전하고 온전한 상태로 남지만 불만족스러우면 보상적인 내적 대상이 생성되어 자아가 분리된다. 내적대상들에 대한 자아의 애착과 헌신은 본래의 완전한 자아를 파편화시키며 내적대상들로 관심을 전환시킨다. 즉 어머니로부터 갑작스럽고 부자연스러운 분리는 대상과의 초기관계를 ‘나쁜 것’으로 또는 박탈적인 것으로 만들며,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갈망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정신 내부에 대상을 형성하는데 그것을 내적대상이라고 한다. (학대하는 아버지와 그 때문에 발생하는 내적대상).

4) 중간대상

① 중간대상

중간대상(transitional object)이란 내부대상이나 주관적 대상이 아니면서, 그렇다고 단순히 외부에 실재하는 대상도 아닌 대상이다. 즉, 이것은 외부 대상과 내부 대상의 중간 영역에 위치하면서 유아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대상이다. 즉, 곰 인형이나 담요, 이불자락 같은 것은 유아가 습관적이면서도 강하게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곰 인형이나 담요는 실제로 곰 인형이나 담요로 인식되면서도 그것에 부여된 애착관계로 인해 유아가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고 강한 정서를 느낀다.

② 중간현상과 중간공간

한편 중간현상(transitional phenomena)은 중간대상을 포함하여 유사한 현상에 대해 지칭하는 일반적인 개념이며, 중간공간이란 중간현상이 일어나는 영역을 의미한다. Winnicott에 의하면 과도적 현상은 4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처음 나타나며, 때에 따라서는 아동 후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 아이들은 외로운 시간, 잠자는 시간, 심하게 우울해질 때 중간적 대상이 있어서 애착의 느낌을 가질 필요가 있다(Clancier & Kalmanovitch, 1987).

중간공간은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영역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Winnicott에게 있어서 창의성은 이 세상을 독창적으로 지각하고, 더 나아가서는 심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Grolnick, 1990), 곰 인형이나 이불자락에서 곰 인형이나 이불자락 이외의 것을 느낄 수 있고, 놀이를 하면서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은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고 보았다. 성인들의 세계에서 창의적인 작업은 곧 놀이의 연장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중간대상과 중간현상은 ‘놀이와 예술적 창의성과 음미력, 그리고 종교적 감정과 꿈, 물신숭배 등도 포함한다(Clancier & Kalmanovitch, 1987). Winnicott은 놀이를 인간 활동에서 매우 필수적인 활동으로 보았다. 물론, Freud도 놀이를 창의성이나 공상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여 ‘시인은 놀이를 하는 아이와 같다’라고 했다. Melanie Klein도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녀는 아동심리치료에서 놀이를 활용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Winnicott에 있어서 놀이는 일종의 중간대상이며 아동의 내면에 있는 것도 아니며 외부에 있는 것도 아닌 어떤 것으로서(Clancier & Kalmanovitch, 1987), 현실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음미할 수 있는 영역이다.

③ 중간대상에 대한 유의점 5

Winnicott에 의하면 부모들은 중간대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Clancier & Kalmanovitch, 1987). 6

첫째, 부모는 아동이 선택한 중간대상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아동이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가정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모의 시각이 아니라 아동의 시각에서 선택되고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그 대상이 아동의 내면에서 생기는 것이나 환상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아동은 중간대상에 대해 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여 애정을 가지고 돌보며 때에 따라서는 심하게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중간대상은 아동이 바꾸지 않는 한 다른 것으로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넷째, 중간대상은 유아의 본능적인 사랑이나 미움, 나아가서는 강한 공격성을 견딜 수 있는 특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

다섯째, 중간대상은 아동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주며, 그 자체로 생명이나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섯째, 애착대상에 대한 정서적 집중(cathexis)은 사라지게 되는데, 서서히 정서적 집중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러한 정서적 집중이 완전히 잊혀지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필요할 때 되살아 날 수도 있는 상태로 남게 된다.

중간대상은 ‘속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그것에 대한 감정이 억압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잊혀지는 것도 아니며 상실되어 슬퍼할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의미를 상실할 뿐이다. 이것은 중간현상이 점점 희미해지기 때문이며 ‘심리내적 현실’과 ‘객관적 세계’ 사이에 있는 중간영역 전체로 퍼져나간다. 즉, 문화라는 전체 영역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Winnicott, 1975).

5) 자기대상(selfobject)

Kohut은 생존하기 위해 산소가 필수적인 것처럼, 아동의 심리적 생존을 위해서는 타자와의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유아의 자기는 연약하고 연속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된 자기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응집성, 항상성, 탄력성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타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유아의 관점에서 볼 때, 아직 자기로부터 분화되지 않은 대상-성숙하면 스스로 담당하게 될 정신적 기능을 유아시절에 대신 맡아주는 사람을 자기대상이라고 한다. 자기대상은 유아의 욕구에 공감적으로 반응해줌으로써, 정신발달에 필수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아동의 자기애적인 욕구에 따라 자기대상은 두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첫째, 반영해주는 자기대상(mirroring selfobject)이다. 유아는 자신의 발전해가는 능력을 드러내고, 그것에 대해 칭찬받고자 한다(“나는 완벽하다. 그리고 너는 나의 모습에 감탄한다.”). Kohut은 이것을 건강한 전능감과 과대주의로 설명했는데, 반영해주는 자기대상은 아동의 과대적이고 과시적인 자기 이미지들을 반영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반영해주는 자기대상의 역할은 어머니가 맡는데, (인간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반영의 점진적 실패를 통해 아동은 과대적 욕구를 건강한 야심이나 자기 주장능력으로 변형시킨다.

둘째, 이상화된 자기대상(idealized selfobject)이다. 유아는 부모 중의 적어도 한 사람을 이상화하고, 그 이상화된 자기대상과의 융합감을 경험하고 싶어한다(“너는 완벽하다. 그리고 나는 너의 일부이다.). 아동은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자기의 이미지를 이상화된 자기대상에 융합시키며, 이를 통해 건강하고 강력한 이상과 가치를 형성한다.

개인의 성격적 특징은 자기의 구조 안에 형성되는 자기대상의 내용에 따라 형성되는데, 한 쪽에서 장애가 있다면 다른 쪽의 적절한 발달을 통해 보충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쪽 모두에 장애가 있다면, 아동의 자기감(sense of self)은 상처를 입게 되며, 안전된 자기존중감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자기애적 병리를 발생시킨다. 7

(2) 표상(representation)

표상이란 자기 자신과 대상에 대해 주체가 갖는 어떤 정신적인 상(image)로서(Boesky, 1983; Sandler & Rosenblatt, 1962), 자기 자신에게 갖는 상은 자기표상이라고 하고 대상에게 갖는 상은 대상표상이라고 한다. 주체가 이 세계를 이해하거나 자신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요소를 모두 포함한 틀이다. 따라서 표상은 한 개인의 행동의 의미와 동기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며(Clair, 1996) 관계에서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기대 또한 형성한다. 표상은 대상관계가 내면화된 것으로서 그것은 일차적으로 그 개인이 유아기나 성장 초기에 자신의 일차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의존하던 사람과 맺었던 관계의 잔재(residue)나 흔적이 남음으로써 발달한다.

개인는 간혹 중간대상과 상호작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외부에 실재하는 세계와 상호작용 한다. 외부세계란 관찰 가능한 영역의 사회적 환경 내에 존재하는 관찰 가능한 대상의 세계이며 일상생활의 세계이다(Clair, 1996). 그러나 개인이 외부의 대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일단 외부대상에 대한 의미와 이미지를 형성한 후에는 실제 대상과 관계를 형성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대상의 이미지(표상)와 관계를 형성하고 반응한다(Rangell, 1985). 이처럼, 한 개인이 자신의 내면세계에 외부 대상에 대해 가지게 된 의미와 이미지, 또는 대상을 받아들이고 소유하는 방식을 표상이라고 한다(Boesky, 1983; Sandler & Rosenblatt, 1962). 이는 앞에서 설명한 내부 대상과 상통하는 개념이다.

(3) 내면화

대상관계를 경험한 후에는 외부대상과의 관계가 주체의 심리적 세계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내면화라고 한다. 구조란 심리적 조직체를 비유적으로 설명한 개념인데, Freud는 이러한 구조를 원초아, 자아, 초자아로 설명하였다. 한편, 대상관계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구조는 개체가 일상생활에서 주요 타자와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상호작용이나 환경의 특성을 내면적인 규범이나 특성으로 변환시키는 내면화(internalization)의 결과로 형성된다.

* 내면화의 과정

유아의 초기관계경험은 내면화(internalization)의 과정을 거쳐 유아의 독특한 내적인 대상관계로 형성된다. 내면화는 유아가 환경이나 대상의 특성을 내면으로 받아들여 자기의 특성으로 변형시키는 심리적 기제를 말하며, 내면에서의 자기와 대상의 분화 정도에 따라서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Hamilton, 1988).

① 함입(incorporation)

가장 초보적인 수준의 내면화로서 분명한 자기-대상 경계가 형성되기 전 대상의 특성이나 대상과의 경험이 자기 내면으로 받아들여져 미분화된 자기-대상 표상으로 사라지는 기제를 가리킨다.

② 내사(introjection)

자기와 대상이 어느 정도 분화되어, 대상의 행동이나 태도, 기분 혹은 분위기 등이 자기 이미지로 융화되기보다는 대상 이미지로 보존되는 기제를 말한다. 이때 내사된 대상(an introjected objected 혹은 an introject)은 실제 대상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자기의 내면세계에서 정서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생생하게 내면화된 대상을 의미한다. 8

③ 동일시(identification)

내사된 대상의 특성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자기표상으로 동화시키는 기제를 말한다. 함임이나 내사보다 좀 더 선택적이고 세련된 내면화기제라 할 수 있다. 동일시는 초기발달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지속되는 한 계속된다. 새로운 관계와 경험 그리고 대상의 특성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늘 자기와 대상의 상호작용이라는 과정으로 남는다(Hamilton, 1988).

3. 형상들로서 자아

자아는 여러 가지 형상들(Images)로 구성되어 있다. 유아는 자신을 돌보아주는 사람의 태도, 음성, 억양, 언어 등을 경험을 통해서 내면화하게 된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사물들과의 경험들 또는 다양한 주변 환경과의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형상들을 자아의 구조 속에 포함을 시키게 된다. 또한 유아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형상들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욕구들로 인해서 발생되는 현상들도 경험을 통해서 형상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자아의 구조 속에는 이러한 여러 가지 기능들도 같이 들어있고 이러한 형상들과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기능들도 같이 들어있다. 형상들과 기능들은 유아로 하여금 앞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될 여러 가지 형상들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대상관계이론은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형상이론(A Theory Of Image)이라고 할 수 있겠다.

1) 통합을 통한 대상관계(Objet Relations by Intergration)

(1) 형상을 통한 자아

Kernberg는 자아(Self)가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자아의 형상들은 유아의 초기 경험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대상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초기 경험들은 세 가지 요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 가지 요인들은 자아 속에서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내면화 체계(Internalization System)라고 부른다. 세 가지 요인들은 대상에 대한 형상들과 자신에 대한 형상들 그리고 자신과 대상사이에 생기는 정서들이다. 대상에 대한 형상들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에 대해서는 따뜻한 형상을 내면화하고 거부하고 차가운 방식으로 돌보는 사람에 대해서는 차갑고 거부하는 형상을 내면화하게 된다. 유아의 대상에 대한 형상은 초기에 유아가 어떤 방식으로 돌봄을 받았는가에 따라서 내면화하는 형상들이 달라지게 된다. 자아에 대한 형상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형상들과 만족을 하는가 또는 만족을 하지 못하는가 하는 등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통해서 발생되는 형상들을 내면화하게 된다. 두 형상들간에 상호작용을 하게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아는 정서적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감정들과 느낌을 갖게 된다. 예를 들면 충동을 가진 자신에 대한 형상들과 엄마의 따뜻한 돌봄에 대한 형상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아에게 만족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충동과 따뜻함 그리고 만족이라는 세 가지 요인들은 유아의 자아를 구성하고 있다.

(2) 통합에 의한 자아의 형성

자아의 통합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근본 힘 또는 본능(Drive)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통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통합하려는 본능은 유아가 경험하는 초기 형상들을 자아 속에서 의미가 있는 방식으로 원리에 따라서 조직하게 된다. 본능의 힘이 없이는 유아는 자신이 경험하는 형상들을 의미있게 조직하지 못한다.

본능은 단지 유아에게 살아갈 수 있는 충동과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 동기나 충동수준에서 본능은 본능이 할 수 있는 범위와 영역을 제한하게 된다. 본능은 유아가 성장을 하면서 자신이 하는 경험들을 유아의 내면에서 일관성이 있게 조직하는 역할을 한다. 조직을 만들어내는 통합력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특성이다.

① 발달단계

인간의 발달 속에서 일어나는 통합은 좋은 형상들과 나쁜 형상들이 하나의 원리에 의해서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이다. 통합의 과정은 다섯 단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통합의 과정이 곧 자아의 발달과정이고 이러한 발달은 자신을 돌보는 대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일어난다.

첫 번째 단계는 미분화 상태로서 유아가 가지고 있는 본능의 욕구에 따라서 움직인다. 예를 들면 배가 고프면 울고 만족하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배고픔과 만족이 자아 속에서 분화를 이루고 쾌와 불쾌의 형상들로 구분되지 못한다. 엄마의 화난 얼굴이나 찡그린 얼굴 또는 웃는 얼굴이나 즐거운 얼굴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유아는 아직 외부의 자극이 즐거움과 좋음의 대상인지 알지 못한다. 자극이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지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형상들과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형상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유아는 오직 자신의 본능 욕구에 따라서 반응하고 움직이는 단계에서 살고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즐거운 경험에 의해서 형성되는 형상들과 불쾌한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형상들이 자아 속에서 구분된다. 첫 번째로 자아는 분화를 갖게 된다. 첫 번째 분화의 단계이다. 엄마의 짜증난 얼굴이나 화난 얼굴에 대해서 반응을 보인다. 엄마가 화난 얼굴을 하면 유아도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엄마가 웃는 얼굴을 하면 유아도 웃는다. 외부의 자극이 쾌의 자극인지 불쾌의 자극인지 구분하게 된다. 이러한 자극들에 대해서 일정한 반응을 유아는 보인다. 그러나 아직 유아는 이러한 자극들의 근원을 알지 못한다. 자극들이 자신에게로부터 오는지 대상으로부터 오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자아의 구조 속에 있는 형상들은 근원엣 대해서 서로 구분되지 않은 채로 내사를 통해서 내면화된다.

좋음(Good)	나쁨(Bad)
자신-타인	자신-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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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1 첫 번째 분화

만일 이 단계에 어른들이 고착되어 있으면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이 생기게 된다. 정신분열증은 현실감각이 생기지 못하고 환각현상을 경험하는 증상을 말한다. 어른들은 분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일상생활을 하지 못한다. 자폐증은 유아가 현실을 경험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아는 미분화의 상태에서 경험을 거부하거나 외부의 세계와 단절된 상태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세 번째의 단계는 타인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는 단계이다. 유아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자극들의 원천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자신으로부터 오는 경험인지 아니면 타인으로부터 오는 경험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유아는 자신과 타인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자신과 타인을 구분할 수는 있지만 자신과 타인 속에 좋고 나쁨이 동시에 들어 있음을 아직은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유아는 자신이 완전히 좋거나 나쁜 사람으로 구분을 하는데 이는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구분을 한다. 아직은 이것 아니면 저것의 단계이다. 자아의 구조 속에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형상들과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형상들이 구분된다. 형상들이 구분이 되기는 하지만 한 형상들 속에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이 동시에 들어있다는 구분을 하지 못한다. 한 대상이 좋으면 완전히 좋은 대상으로 내면화하고 다른 대상은 완전히 나쁜 대상으로 내면화한다.

좋음(Good)	나쁨(Bad)
자신 타인	자신 타인

그림 7-2 두 번째 분화

즉 자신과 타인을 완전히 좋은 사람이거나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구분하는 단계를 말한다. 만일 어른들이 이 단계에 고착되면 경계선 성격장애나 자기 도취적 성격장애를 보인다. 분리의 현상을 사용하여 좋은 자아와 나쁜 자아를 구분한다. 발달상에 분리의 현상은 필요하지만 어른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 분리를 통해서 자신의 일부를 부정한다. 예를 들면 아동이 어른에 의해서 학대를 받으면 아동은 자신은 모두 나쁜 점만 있다고 생각하고 어른들은 다 좋은 점만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해주면 자신은 모두 좋은 점만 있다 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아동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내면화가 일어나면 나중에 이 아동은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을 하게 된다. 분리의 현상이 일어나고 성격은 대단히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자주 분노가 생기거나 비하감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신뢰의 마음을 갖기 어렵고 관계를 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한다.

네 번째 단계는 자아와 타인 속에서 좋고 나쁨 모두를 발견하는 단계이다. 자신 속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며 이러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자아가 수용할 수 있는 단계이다. 마찬가지로 타인들도 역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아가 수용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자아는 자신 속에 존재하는 대상들과 자신에 대한 형상들을 일관성을 가지고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자신과 대상 속에 모두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이러한 모습을 인식할 뿐 아니라 두 가지 측면의 모습들을 동시에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자신과 타인의 관계는 다 측면을 통해서 관계가 이루어지며 이로 인해서 많은 여러 가지 정서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자신과 타인의 형상들과 이로 인해서 발생되는 정서들을 일관성이 있게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자아(Self)	타인(Other)
좋음 나쁨	좋음 나쁨

그림 7-3 세 번째 분화

이 단계에서는 Mahler에 의한 대상의 항상성(Objet Consancy)이라는 개념이 유아의 내면세계에 형성이 된다. 유아의 성격은 꽤 안정적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성격의 안정은 Winnicott의 충분한 돌봄(Good Enough Mathering)의 결과로 인해서 나타난다. 대상의 항상성으로 인해서 유아는 자신을 돌보는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고 자신이 지속적으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대상의 항상성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을 내면화한 결과로서 생기게 된다. 10

다섯 번째 단계는 수정 보완의 단계이다. 현재의 관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내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실에서 경험되는 여러 가지 측면들은 유아의 단순한 구조에 의해서 수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유아는 복잡한 현실 속에 있는 다 측면의 대상과 대상들의 다면성을 자아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과의 관련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유아는 자신의 자아구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영역들 속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적절한 방식으로 좋은 점과 나쁜 점들을 통합해 나간다. 각각의 영역들 속에서 발생되는 정서들과 다 측면들을 복잡한 방식으로 만들어 가고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통합을 이루려고 한다. 인간은 통합에 의한 본능으로 인해서 이러한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으며 성공적으로 통합이 이루어지면 성격은 더욱 안정된다.

② 가짜 자신의 형성(False Self)

잘못된 부모 노릇은 자아의 통합과정에서 분열(Splitting)을 일으키게 한다. 유아는 발달의 힘이 약화되어 새로운 경험을 통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지 못하거나 아주 작은 양의 긍정 경험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유아는 잘못된 부모노릇으로 인해서 마음속에 많은 두려움, 불안, 좌절, 절망들을 갖게 되고 자신과 엄마에 대한 부정 형상들을 갖게 된다. 부정 감정들과 형상들은 긍정 형상들과 감정들을 압도하게 되어 유아의 발달을 방해하거나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발달의 저해나 방해현상은 유아로 하여금 초보 수준의 분화에 머무르게 한다. 유아는 좋은 형상들과 나쁜 형상들을 구분하는 단계에서 이 두 형상들을 통합하는 단계롤 발달이 일어나게 된다. 통합은 처음에는 자신과 타인은 완전히 구분하여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으로 분열하는 단계에서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서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을 발견하는 단계를 통합이 일어난다. 그러나 발달의 힘이 약화된 유아는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을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여 받아들이는 단계에 머무르게 된다. 따라서 발달의 초보 단계인 분열(Splitting)의 수준에 머무르며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한다.

분열된 자아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유아는 투사(Projection)를 통해서 자신의 자아구조를 유지하고자 한다. 유아는 동일시의 과정을 거치면서 거부하는 부모 또는 통제하는 부모의 모습을 내면화한다. 공생애 단계에서 가지고 있던 전능의 환상은 유아로 하여금 거부하는 부모 또는 통제하는 부모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동일시하도록 한다. 유아의 완벽한 욕구 충족은 이제 거부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거부하고 통제하는 형상은 자신과 다른 대상들의 부정 측면의 감정들과 부정 형상들이 이미 유아의 자아 속에 존재한다. 유아의 자아 속에 있는 감정들은 유아가 분열된 자아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투사는 자신의 일부분을 따로 떼어서 이를 다른 대상에게 쏘는(Shooting) 현상을 말한다. 영사기를 통해서 영상을 쏘아 화면에 그림들과 자막들이 나오도록 하는 현상이 투사이다. 다른 대상에게 자신의 부정 감정과 형상들을 투사하고 나면 유아는 자신은 좋은 사람이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된다. 유아는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분열된 상태로 자신의 자아를 유지하고자 한다. 유아의 자아는 다른 사람들을 거부하고 통제하는 형상들과 그러한 형상들이 좋은 형상들이라고 믿는 믿음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서 자기도취 자아(Narcissistic Self)라고 부른다. 자기도취 자아는 통제하고 거부하는 부모의 형상을 대단한 존재로 여기는 생각과 이러한 부모의 형상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현상의 결합으로 인해서 발생된다.

유아의 분열된 자아 구조는 내사(Introjection)를 통해서 유지된다. 유아는 투사를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정 감정들과 형상들을 다른 대상에게 보낸다. 한편으로 유아는 다른 사람들이나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을 내사를 통해서 자신의 자아 속으로 가지고 온다. 이러한 좋은 형상들이나 감정들은 마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형상들로 생각한다. 전능의 환상은 내사의 과정에 의해서 더욱 강화된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능의 환상은 내사를 통해서 자신이 좋은 형상들과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자아에 의해서 더욱 강화된다. 투사를 통해서 부정 형상들과 감정들이 다른 이들에게 전가되고 내사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의 좋은 형상들과 감정들이 자신에게 투여되는 과정을 통해서 전능의 환상은 더욱 강해진다.

분열된 유아의 자아구조는 투사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와 내사 동일시(Introjective Identification)의 과정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지된다. 투사와 내사는 유아가 자신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내는 개인의 심리과정이라고 한다면 투사 동일시와 내사 동일시는 다른 사람들과 직접 관계하는 방식에 관한 개념이다. 내사 동일시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자신의 특성이라고 믿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투사 동일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투사와 내사 동일시 모두가 대인관계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특성들을 통해서 자신과 타인을 보고 또한 그렇게 행동하는 과정이다. 분열된 자아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유아는 내사 동일시 과정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으면서 동시에 그렇게 행동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 투사 동일시를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정측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를 하고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예를 들면 화가 난 유아는 자신이 화난 사람이라는 측면을 수용하지 못한다. 화난 감정을 엄마에게 투사를 하고 엄마를 화나게 만든다. 계속 떼를 쓰던지 음식을 거부함을 통해서 엄마를 화나게 만들고 엄마가 화가 나면 유아는 이제 음식을 먹거나 떼를 쓰지 않게 된다.

분열된 자아 구조를 가짜 자아 (False Self)라고 부른다. 분열된 자아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유아들은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대단한 존재이며 자신이 몹시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러한 자아를 자기도취 자아(Narcissistic Self)라고 부른다. 자기도취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는 자아 속에 절망과 좌절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 깊은 수치감 또는 죄책감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과 자신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형편없는 형상들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전능의 환상으로 회피하게 된다. 이들은 현실을 왜곡되게 지각을 하며 왜곡된 지각이 마치 진짜 현실인 것으로 믿는다. 자신과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이를 견디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거나 말을 하게 되면 엄청난 분노를 터트리게 된다. 이러한 분노는 이미 엄마와 관계에서 전능의 환상이 깨지면서 발생된 감정이다.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하고 거부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환상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성향과 태도를 보인다.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자신을 상대방에게 보이며 상대방이 자신을 받아주거나 이해해주지 않으면 엄청난 분노를 터트린다. 상대방에게 의존을 할 경우에는 엄청난 요구를 하거나 불가능한 일을 기대하게 된다. 가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현실검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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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리와 개별화를 통한 대상관계(Objet Relations by Separation and Individuation) 13

Mahler는 자아의 발달은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분리와 개별화를 통해서 발달한다고 보았다. 그녀는 특히 부모의 역할이 자아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였다.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충동들과 부모의 유아에 대한 태도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서 자아의 발달은 이루어진다. 부모의 성격 특히 엄마의 유아에 대한 태도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서 자아의 발달은 이루어진다. 부모의 성격 특히 엄마의 유아에 대한 태도는 자아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인이다.(Greenberg and Mitchell, 1983, p. 272).부모의 태도는 유아의 정상 발달 그리고 병리 성격의 형성 등 모든 영역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Mahler는 자아의 발달에 있어서 정상발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여서 자아의 발달과정에 대한 그녀의 이론을 발표하였다. 분리와 개별화(Separation and Individuation)의 과정으로 불리는 자아 발달의 이론을 Mahler(1975)는 심리적 탄생의 과정(A Process of Psychological Birth) 이라고 부른다. 분리와 개별화의 자아 발달은 네 단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① 분화 단계(Differentiation Stage)

출생 후부터 10개월 정도 사이에 유아는 처음으로 자신을 엄마로부터 분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때 유아의 자아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아무 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유아는 자신과 대상에 대해서 아무런 구분을 하지 못하게 되고 엄마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인식을 한다 하더라도 자신과 구분을 하지 못하며 오히려 그 대상을 자신으로 혼돈을 하는 단계에 머무르게 된다. 점차로 발달이 더 일어나면서 유아는 자신과 엄마를 구분하는 첫 번째 분화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심리적 탄생이라고 부른다. (Mahler,1975)심리적 탄생은 유아에게 첫 번째 분화의 경험을 가져다준다. 유아는 점차로 자신이 엄마라는 대상과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유아의 자아 발달에 있어서 획기적 전환점이 곧 첫 번째 분화의 단계이다.

출생 직후부터 수 주간을 신생아는 자신의 신체 감각만을 인식하는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신생아는 자폐의 상태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때 신생아는 절대적으로 자기도취(Narcissism)의 상태에 빠지게 되고 대부분 잠을 자는 활동을 하게 된다. 신생아는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환경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외부의 현실 세계와 단절된 상태로 살아간다. 신생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구들만 인식을 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주로 만족을 위해서 활동을 한다. 이때는 철저하게 쾌락의 원리에 의해서 신생아는 활동을 한다. 자아나 대상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는 상태로 신생아는 살아가게 된다.

자폐상태로 수 주간을 살고 난 유아는 엄마와 하나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때가 공생애의 단계이다. 자신을 돌보는 대상인 엄마와 애착을 통해서 유아는 자신과 엄마를 하나로 지각을 하게 된다. 엄마와 자신을 하나로 지각하는 유아의 자아는 이때부터 희미하게나마 외부의 환경을 지각을 하게 된다. 외부의 환경에 대한 지각은 자신을 돌보는 엄마라는 대상에 대한 느낌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유아는 자신을 돌보는 사람의 기능만을 인식한다. 엄마가 하나의 전체 사람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자신을 돌보는 일부의 기능을 가진 대상으로만 인식한다. 이때 신생아는 왜 웃는지 모르는 미소를 짓는다. 이러한 미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인식과 파악으로 인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특정대상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웃는 웃음이다. 대상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되는 웃음이다. 이 단계에서부터 유아는 운동이 활발해진다. 유아의 많은 경험은 활발한 운동을 통한 지각 또는 감각으로부터 발생된다. 14

대상을 지각할 때 유아는 모두 나쁘거나 자신을 모두 좋다고 지각을 한다. 만족과 즐거움을 주는 대상은 모두 좋은 대상으로 지각하고 고통을 주는 대상은 모두 나쁜 대상으로 지각을 하게 된다.

공생애 단계의 어느 시점에서 유아의 자아는 처음으로 분화를 하게 된다. 이러한 분화를 심리적 부화(Psychological hatching)라고 부른다. 분화를 할 때 엄마는 유아에게 기지(Base)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유아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고 또한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유아는 자신의 생각의 근원을 엄마로부터 찾고 자신이 발견하는 것들에 대해서 엄마와의 경험을 통해서 판단을 하게 된다. 유아는 자신과 엄마 사이에 가지고 있었던 우리만의 절대적 느낌이 흔들리게 된다. 즉 정서적으로 유아는 혼란과 혼돈에 빠져들게 된다. 정서적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잃는 두려움이 생기게 되고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유아는 언제든지 엄마에게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이 때 유아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리는 두려움을 갖게 되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이 생기게 된다(Horner, 1984, p. 31; Greenberg and Mitchell, 1983, p. 276). 엄마는 유아에게 가장 중요한 참조체제로서 역할을 함으로써 유아가 언제든지 돌아올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유아는 엄마와 자신만의 세계에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여러 가지 대상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Greenberg and Mitchell, 1983, p. 275).유아의 자아는 처음으로 엄마와 자신만의 세계에서 다른 외부의 세계로 확장을 하게 된다.

② 연습단계

출생 후 약 10개월에서부터 대략 16개월 사이에 유아가 두 번째 분화를 하는 시기를 연습단계라고 한다(Horner, 1991, p. 22).연습단계의 특징은 유아가 활발한 신체의 움직임을 갖는다. 이러한 신체의 활발한 움직임은 유아로 하여금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만들어 준다. 유아는 엄마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동시에 엄마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방식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멀리 떨어져서 세상을 탐험하고 알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기면서 동시에 엄마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두 욕구들은 유아들로 하여금 기지에서 정서적으로 재충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Greenberg and Mitchell, 1983, p. 276). 정서적으로 재충전을 하는 유아는 다시 세상을 탐험하고 알아나간다. 유아의 자아는 점점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을 해 나간다. 연습단계는 두 가지 하위단계들로 나누어지는데 그 두 단계들은 초기 연습단계(Early Practicing Phase) 와 적절한 연습단계(Practicing Phase Proper)들이다.

초기 연습단계에서 유아는 신체적으로 분화를 많이 이룬다. 이러한 신체적 분화는 유아로 하여금 활발한 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준다. 활발한 운동을 통해서 아이는 엄마로부터 멀어지고 이로 인해서 아이는 다른 여러 가지 세계를 지각하게 된다. 아이는 엄마와 정서적으로 더욱 밀착되는 양상으로 행동을 하고 이러한 정서적 밀착은 아이로 하여금 더욱 자신을 분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적절한 연습의 단계에서는 유아는 이제 서서히 걸어다닐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서서 걸어다니면서 유아는 급속도로 개별화되고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 유아의 자아는 복잡한 양상으로발전되는 획기적 전기를 갖게 된다. 유아는 세상과 사랑에 빠지면서 더 많은 탐험과 탐색을 할 수 있게 된다. 똑바로 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기어다니면서 또는 누워서 보는 세상과 다르다.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즐거움을 갖게 되고 자신의 기술과 자율 능력을 습득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유아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할 15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유아의 자아는 전능의 환상을 갖게 된다. 한편으로 유아는 엄마를 잃어버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어 엄마에게 더 달라붙는 행동을 한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림으로 인해서 엄마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때 엄마는 정서적으로 성숙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아이로 하여금 자신으로 충분히 멀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아이가 엄마에게로 돌아왔을 때 정서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여야 한다. 아이로 하여금 충분히 엄마로부터 멀어지는 행동을 허용하고 아이가 돌아와서 정서적으로 에너지를 충족하고자 할 때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도 엄마는 아이에게 기지의 역할을 한다.

③ 화해 단계(Rapprochement Stage)

출생 후 약 17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유아는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전 단계에서 유아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장되고 부풀려진(Inflated) 자아를 갖게 된다. 유아의 자아는 전능에 대한 환상으로 충만해져서 세상을 사랑하고 탐험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화해의 단계에 들어오면 유아는 자신이 아주 작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된다.(Horner, 1991,p. 24; Greenberg and Mitchell, 1983, p. 276). 유아는 창피한 느낌을 경험하게 되고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불안이 다시 찾아온다. 환상이 깨지는 아픔을 경험하면서 유아는 자주 좌절을 하게 된다. 우울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불안정감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이전 단계에서 가지고 있던 환상을 충족하려는 노력도 하게 된다. 만일 만족스럽지 않고 제대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뒤엎으려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충동은 다시 유아에게 더 큰 좌절과 아픔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엄마는 이미 자신과 분리된 존재로 지각을 하게 되고 엄마라는 대상은 자신에게 도울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대상으로 지각된다. 유아가 필요할 때 언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단계에서 유아가 겪는 어려움을 화해의 위기(Rapprochement Crisis)라고 부른다.

유아는 엄마와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 단계에서 유아는 가장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인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언어를 습득하는 유아는 자신이 발견한 내용들을 언어를 통해서 표현을 하고 이를 엄마와 나누기를 바란다. 자신이 발견한 내용들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하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활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확인을 받고 싶어 한다. 언어의 습득과 더불어서 유아의 자아는 급속도로 복잡한 방식으로 발전을 해나간다. 분리와 개별화는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언어를 습득한 유아는 외부 세계의 or관성에 대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유아는 자신과 다른 성적 존재인 이성에 대해서 초보적 분화를 하게 된다. 신체상에서 서로 다른 기관들을 가지고 있음이 인식되고 자신과 다른 그 어떤 존재로 어렴풋하게 지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지각들과 발견들을 엄마와 관계를 통해서 확인을 받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따라서 엄마와 유아와의 관계는 지금까지와 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엄마는 유아에게 기지로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의 다른 대상으로서 서로 관계를 하는 존재로 유아에게 인식된다. 엄마는 기지에서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유아는 분리와 개별화를 급속도로 진행시키게 된다.

화해의 위기와 질적 변화를 겪는 유아에게 사랑과 관심 그리고 지지의 엄마의 역할이 필요하다.

유아는 이 시기에 엄마에게 마치 퇴행하는 존재로 보여 지게 된다. 연습 단계에서 그토록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고 독립적으로 행동을 하던 유아가 이제는 의존적이고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지 않으려는 행동도 하게 된다. 엄마의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행동을 하면서 동시에 엄마에게 매달리는 행동도 하게 된다. 아이는 더욱 불안해하고 엄마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엄마는 이런 아이의 모습에서 혼란을 느낀다. 아이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여 아이를 야단을 치거나 적절한 지지와 공감을 보내지 못하면 아이는 더욱 어려움에 직면을 하게 된다. 이러한 위기는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에게 적절한 공감과 사랑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서로 나누는 대상으로서 관계를 잘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엄마의 이러한 사랑과 지지는 아이로 하여금 엄마에게 의존하는 자아의 구조로부터 자신이 스스로 자아를 형성하는 구조로 이행을 성공적으로 도와준다. 이제 유아는 다음 단계에서 이루어질 발달에 대한 중요한 시점에 있게 된다.

④ 대상 항상성의 단계(The Stage of Object Constancy)

출생 후 약 24개월 사이에 유아의 자아는 안정된 상태를 갖는다. 이 단계에서 유아는 언어의 습득은 가속화된다. 언어의 상징성으로 인하여 외부의 세계와 자신과의 분리와 개별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유아의 자아 구조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발달을 하게 된다. 즉 하나의 대상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경험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언어를 통해서 습득한다. 즉 자신과 관련을 맺고 있는 여러 다른 대상들이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엄마는 자신에게 잘해주고 지지하고 사랑하는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을 아프게 하는 대상으로서 엄마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엄마라는 사실을 유아는 받아들이게 된다. 즉 유아는 좋은 대상으로서 엄마와 나쁜 대상으로서 엄마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서 그 대상은 화를 내거나 자신을 아프게 하더라도 관계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쁜 대상과 좋은 대상이 하나로 통합됨으로 인해서 유아의 자아는 안정된 상태에서 관계를 할 수 있게 된다.

안정된 상태가 된 자아는 더욱 분리와 개별화를 통해서 자신의 고유하고 독특한 구조를 형성해 나간다. 자산을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은 이제 다 측면으로 경험되어진다. 이러한 다측면의 경험들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언어의 상징성으로 표현되고 이러한 표현들은 엄마나 주변의 대상들에 의해서 강화되거나 지지를 받게 된다. 강화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험들도 여전히 유아에게는 중요한 경험으로 인식된다. 여러 가지 측면들을 경험하는 유아들은 이미 자신들이 경험하는 모든 경험들은 주변 대상들로부터 강화를 받거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주변 대상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강화하지 못하는 경험들도 유아의 자아 속에서는 계속해서 통합이 일어난다. 이러한 통합의 과정들은 유아로 하여금 엄마 또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존재로서 자신의 위치와 개별성을 확보해 나간다. 자신의 위치와 개별성의 확보는 엄마 또는 주변의 대상들이 확실하게 자신과 다른 존재들로 내면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대상들에 대해서 분명하고 확고한 형상들이 내면화되면 자아와 다른 대상들과 경계선이 분명해진다. 즉 유아의 자아는 이제 분명한 경계선을 가지고 자신과 다른 대상들 사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분리와 개별화의 과정은 앞으로 평생을 걸쳐서 수정되고 분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각각의 영역들에 있어서 분화와 개별화의 과정이 진행되며 이러한 분리와 개별화의 과정을 통해서 한 인간은 자신의 독특성과 유일성을 확보하게 된다. 16

3) 심리적 문제의 발생 17

(1) 분리(Splitting)

분리란 통합의 반대상태로 자기나 타인에 대해 전체로 경험하지 못하고 ‘좋음’과 ‘나쁨’, 또는 ‘외부대상’과 ‘내부대상’ 혹은 ‘전체대상’ 과 ‘부분대상’으로 분리하여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대상이나 자신의 갈등적인 혹은 이질적인 측면들, 즉 서로 다른 정서가 부여된 측면들을 양분하여 한번에 어느 한 측면만을 의식적인 차원에서 경험하고 다른 측면은 의식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분리기제가 작동되면 대상이나 자기 자신의 이질적이고 상층되는 측면들이 "좋다(good)" 혹은 "나쁘다(bad)"로 나뉘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Hamilton, 1988). Fairbairn은 내적대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병리로 보았다.

분리의 결과 어머니라는 대상은 유아의 의식세계에서 아직 온전한 대상(whole object)이 아니라 부분대상(part object)으로 지각되고 경험된다. 즉, 어머니라는 대상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기의 욕구를 좌절시키는 측면이 의식적인 차원에서 경험될 때는 어머니의 긍정적인 측면은 유아의 의식차원에서 배제되어 마치 어머니가 온전한 나쁜(all bad)사람인 것처럼 지각된다. 분리된 내면 경험이나 지각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경험들을 기억하고 비교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의 발달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유아가 때때로 경험하는 좌절경험이 자기의 내적 평형을 과도하게 위협하지 않을 정도로 타자와의 경험이 대체로 긍정적이어야 한다.

초기발달 과정에서 유아가 경험하는 좌절경험이 만성적이고 과도하다든지 혹은 지나치게 높은 불안 수준이 지속되는 경우, 자아의 통합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상이나 자기의 다양한 특성들이 서로 통합되지 못하고 단편적인(fragmented)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

(2) 투사적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자아의 부분들이 자기로부터 분리되어 대상들에게 투사되는, 확장된 분리현상을 지칭한다. 이는 구체적인 충동들과 실제의 자아조각들이 대상에게 전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가 수용하기 힘든 어떤 내적 특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여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투사된 특성대로 느끼거나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컨대 자기 의존욕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욕구를 투사하여 이들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제공하거나 자율성의 표현을 좌절시킴으로써 이들 스스로 의존적인 존재로 느끼고 동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투사되는 부분에는 자기의 특성 뿐만 아니라 내면화된 대상관계도 포함된다.

투사적 동일시는 개인의 내면과 대인관계를 잇는 심리적 기제라 할 수 있다(Scharff & Scharff, 1991).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초기관계의 대상표상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이 과정에서 상대방도 투사에 합류하도록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개인내적 심리기제인 투사가 대인관계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상대방 또한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투사된 대상표상으로 지각하고 경험하며 이 투사된 표상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동일시에 연루되는 것이다(최명민, 1999).

*투사적 동일시의 예)

부모에게서 학대받고 성장한 사람이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내면화된 거부적이고 학대하는 대상( a "bad object")을 배우자에게 투사하여 배우자로 하여금 학대하는 대상의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고 자신은 무기력한 희생자의 역할을 하여 내적인 대상관계를 현재 관계에서 재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

(3) 애착과 개별화간의 불균형

이것은 Mahler의 개념에서 개별화가 잘 성취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즉 지나치게 융합되어 개별화를 성취하지 못하고 먹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거나 반대로 충분히 애착관계를 경험하지 못하여 거절에 대한 공포가 심한 경우를 의미한다.

(4) 변형적 내면화의 실패

변형적 내면화란 Kohut의 개념으로서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자기대상이 점점 아동의 욕구에 덜 반응해줌으로써 자기 대상관계가 서서히 내면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Kohut에 의하면 한 개인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성숙했을 때 스스로 담당하게 될 그의 정신구조 기능을 유아시절에 대신 맡아주는 자기대상이 필요하다. 부모가 좋은 자기대상의 역할을 해주지 못할 때, 아동은 자신의 완정성에 공감해주지 않는 공격자로서 부모를 경험한다. 하지만 아동이 가끔씩 경험하는 공감적 실패는 변형적 내면화라는 중요한 정신 과정을 촉진한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아동의 성장에 따라 자기대상이 점점 아동의 욕구에 덜 반응하면(Winnicott의 'Good mother'가 아닌 ‘Good enough mother'처럼), 부모 등이 담당했던 자기대상 관계들이 서서히 내면화되는데, 이 시점에서 병리가 발생한다. 총애와 존경, 그리고 일체감 등의 자기 대상이 제공하는 경험들이 계속 제공되기만 하고 적절한 좌절이 경험되지 않으면 이 경험들이 내면화되기 어렵고 내적인 구조로 자리 잡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Kohut은 대부분의 병리가 ‘적절한 좌절을 주는 데에 실패’하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지속적으로 아동에게 공감해주는 자기대상으로서의 과제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지속적으로 아동에게 공감해주는 자기대상만이 아동으로 하여금 응집성과 항상성, 그리고 탄력성이 있는 자기가 발달하도록 해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의 발달 장애는 부모의 병리적 성격과 아동이 자라난 정서적 환경에서 비롯 된다”고 말하면서, 부모가 자기애적 장애(강박, 성적 문란 등의 문제 등의 대부분의 문제 밑바닥에는 자기애적 장애가 존재한다고 보았음)를 가진 경우, 부모는 아동에게 건강한 자기의 발달을 위해 필요한 공감적 자기대상이 되어주지 못하고, 아동은 결국 대상을 추구하는 욕구를 부모의 병리를 닮은 병리를 갖게 된다.

4. 대상관계이론의 치료(위니캇과 코헛을 중심으로)

가. 대상관계치료이론의 치료과정

(1) 대상관계치료의 궁극적 목표

내담자가 역기능적인 개인 내적 역동에 대한 통찰을 얻고, 온전한 대상관계(whole object relations)를 형성하여 자신과 타인에 대해 현실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 대상관계 치료의 궁극적 목표이다. 이것은 페어베언의‘유아적 의존관계(Only taking)’에서 ‘상호의존 관계(Giving & exchanging)’로 발달한 성숙한 대상관계를 갖는 것이다.

성장과정에서 미해결된 욕구나 갈등이 많을수록,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 경험에서 내사된 대상으로 반응하여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부과된 역할을 강요한다. 따라서 대상관계치료에서는 분열이나 투사, 투사적 동일시와 같은 기제에 근거한 상호작용과 그 원인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하여, 현실에서 있는 그대로의 독립적인 타인을 지각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은 위니캇이 말한 ‘대상 관계(object relating)'에서 ’대상사용(object usage)'로의 발달을 의미한다.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안아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내담자는 점차 자신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외부 대상이 없어도 자기 내부에 안아주는 능력(holding capacity: 변형적 내재화가 된 자기대상의 기능)을 갖게 된다.

(2) 치료과정

위니캇과 코헛은 치료를 내담자의 심층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으로 보지 않고, 내담자에게 잃어버린 돌봄을 제공하고 초기의 발달적 욕구를 채워주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치료의 기능은 부모가 아이에게 주지 못했던 충분히 좋은 양육적 환경을 다시 제공해 주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부모-아동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상담자-내담자의 관계와 치료 과정에 대한 이해로 적용하게 된다. 이러한 위니캇과 코헛의 관점을 중심으로 치료 과정과 치료자의 역할을 첫째) 안아주는 환경의 제공, 둘째) 존재하는 대상의 제공, 셋째) 변형적 내재화의 장(場 ;field) 제공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1) 안아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의 제공

안아주기(Holding)는 절제와 중립성의 원리를 강조한 고전적 정신분석학에서 결핍된 것을 보충해 주는 상담원리로서 임상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이 원리는 유아가 심리적으로 발달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양육적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치료 과정 내에서 내담자가 좌절했던 발달 과정을 재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양육적 환경이란 유아를 실제로 신체적으로 안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성장과 발달에 속하는 매일의 작은 변화들을 촉진시킬 수 있었던 충분히 좋은 엄마(good-enough mother)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상통한다. 이 환경제공은 주로 충분히 좋은 엄마의 지속적인 보살핌과 아무나 할 수 없는 섬세함을 요하는 기술을 말하며, 충분히 좋은 엄마의 인식과 공감능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어머니가 본능에 가까운 공감에 기초해서 유아의 욕구를 이해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담자는 내담자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욕구와 미성숙과 의존에 대해 반응해 주고 담아주어 내담자가 새로운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안아주는 환경이라는 개념은 Winniocott과 Modell(1968)등에 의해 상담가와 상담환경에 의해 제공되는 지지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규칙적인 면담, 깊은 공감, 일관성 있는 목소리, 그리고 상담실 안의 물건들, 공간, 분위기의 연속성 자체 등은 모두 상담 시간에 발생하는 내담자의 내적 변동과 붕괴를 담아주는 은유적 안아주기의 요소들이다(이재훈, 2002). 실제로 내담자는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자신을 정서적으로 안아준다고 느낀다.

Winnicott의 안아주는 환경은 Rogers(1961)의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과 ‘개인적 온정(personal warmth)’, Bion(1967)의 ‘담아주기(containing)’, Sterm(1985)의 ‘친밀한 경험(experience near communication)’, 그리고 Kohut(1971)의 ‘자기대상(self-object)’ 개념과 유사하다.(Luente, 1998).

① 공감적 이해(Empathetic understanding)

안아주는 환경은 따스하고 부드럽게 내담자를 긍정하고, 내담자 내면의 요소들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고 받아주며, 내담자가 진실된 모습을 보일 때 공격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주는 환경을 말한다. 이러한 환경은 상담자의 공감적 이해를 통해서 조성되며, 이렇게 조성된 안전기지 속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을 지탱하고 충분히 마음 놓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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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icott(1960)에 의하면, 갓 태어난 영아는 무의식적인 본능과 욕구, 환상이 올라오지만 그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 충동과 욕구를 아기는 온 몸(ex. 울기, 용쓰기 등)으로 표현한다. 이 때 아기를 돌보는 엄마가 공감적 이해능력을 통해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읽어 주고 이해해 주고 아기의 욕구에 적응해 주게 되면, 아기는 자신이 생각한 환상이 채워지는 실제의 경험을 하게되면서 전능환상경험(자신이 만족을 창조했다고 믿는 전능함에 대한 환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적 경험을 통해서 아기는 주관 세계를 만들어 내고,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달시켜 간다. 그러나 엄마가 아기의 욕구에 적절히 반응해 주지 못하면 아기가 만들어 낸 전능 환상이 깨어지면서 환멸의 경험을 한다고 한다. 주관의 세계가 깨어지고 현실세계가 너무 빨리 자리 잡게 되면 아이는 동심의 세계를 잃어버리고 생명력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며, 현실의 요구에 피상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거짓 자기 상태가 된다.

이처럼 잃어버린 초기 경험을 다시 재경험하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대상관계적 상담과정이다. 엄마가 아기의 입장에서 아기의 욕구에 적응해 주듯이, 상담자는 내담자를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대화를 통하여 내담자의 생각과 감정을 상담자의 언어로 담아주고, 상담자의 언어로 설명해 줌으로써 내담자로 하여금 잃어버린 참자기의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Winiicott의 공감적 이해는 Rogers의 수용(acceptance)과 공감(empathy), Kohut의 반영하는 자기대상(Mirroring selfobject)의 역할, Stern의 공감적 조율(empathetic attunement) 과 매우 유사한 개념이다.

② 반영하기 (Mirroring)

위니캇은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짧은 시기 동안이지만 완벽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한 환경이란 모성에 몰두함으로써 유아의 욕구와 몸짓을 매우 정확하게 이해하는 어머니를 의미한다. 이것은 어머니의 공감적 이해 능력을 통해 가능하며, 어머니는 파편화되고 형태 없는 유아의 몸짓 속에서 유아의 의도와 뜻을 정확하게 반영해주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불완전한 반영은 아기의 자기 표현능력과 통합의 능력을 방해하고, 정신과 신체의 결합과정인‘인격화’과정을 방해한다. 어머니가 아기의 욕구에 공감해줄 때 아기는 자신의 신체적 및 충동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아기는 서서히 자기 감각을 발달시킨다.

상담의 과정에는 반영의 요소가 많다. Winnicott은 치료 작업을 ‘거울작업(mirror work)'이라고 했다. 상담상황 안에서 내담자는 ‘존재하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으며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이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태도를 반영해 주고 명료화해줌으로써, 내담자가 스스로 진실한 모습을 보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서 허구적인 나(거짓 자기)가 아니라 진정한 나(참자기)의 모습을 내담자는 되찾아 간다.

2) 존재하는 대상의 제공

아동은 자신의 분화되지 않은 욕구를 정확히 반영해주고 안아주는 환경을 원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 내부에 아무런 욕구가 발생하지 않을 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함께 있어 주는 대상을 원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욕구들을 담아주고, 자신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존재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방해하는 어머니의 행동은 ‘침범’이며, 아동은 억지로 반응하고 응답 21하기 강요한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침범이 장기적으로 발생하면, 아동은 주어진 것들에 자신을 강제로 맞출 수 밖에 없다고 느끼며 자신의 자발적 욕구와 몸짓의 근원인 ‘참자기’를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버리고, 오로지 타인의 기대와 요구로 가득 찬 ‘거짓자기’의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거짓 자기’상태를 위니캇은 정신적 멸절이라고 표현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침범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며, 내담자의 욕구에 따라 상담자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자신을 제공해야 한다. 우선 내담자 스스로가 자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질문해 주고 스스로 표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상담을 할 때 상담자는 내담자를 존중하되, 침범하거나 상처를 주는 형태로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모르는 것을 알아서는 안 되고 때로는 내담자가 상담자를 속일 때라도 즉각적으로 직면하기보다는 스스로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며 그 상태에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하게 내담자의 욕구에 따라 사용되는 대상으로 자신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때, 내담자는 초기 좌절로 인해 깊숙이 숨겨두었던 참자기의 모습을 조금씩 회복하게 된다.

① 담아주기 (Containing)

Bion(1967)은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상호교환에 있어서의 상담자의 역할을 담아주기(containing)라고 표현했다. 상담자는 무의식적 불안을 내포하고 있는 내담자의 의사소통을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그 내용을 덜 불안 한 것으로 변형시켜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상담자를 상담상황 내에서 ‘담아주는 사람(container; 그릇)’·이라고도 말한다(Melanie, 1995).

② 견뎌주기 (surviving)

위니캇에 의하면, 엄마나 대리모는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정신에너지 집중의 첫 대상이며 원초적인 본능-긴장의 목표물이 되는 사람이다. 우선 아기는 본능에 기초한 대상관계의 영역에서 온전한 환상을 경험해야하며, 그 대상은 결과에 상관없이 무자비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유아의 구강기 가학적 환상의 세력과 융합한 모든 본능 충동이 이유없는 파괴성으로 대상을 향하여 공격해 올 때 대상은 보복하지 않고 견디어 주고 살아남아야 한다. 아기의 공격-파괴적 충동에는 파괴 안에 사랑이 담긴 원시적 대상관계 유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Klein과 Winnicott은 공격성(aggression)을 자기감 성취에 있어 가장 중심적이고 역동적인 힘으로 간주했다. 특히 위니캇은 공격성을 정신생활의 가장 중심적인 욕동으로 보았고, 생명력(vitality)과 같은 동의어로 사용했다(Lecente, 1998). 대상관계에는 사랑과 파괴의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는데 자기가 발달해감에 따라 분노와 증오를 표현하는 공격성을 더욱 정교하게 사용하게 된다. 이때 환상 속에서 공격당하고 파괴되는 실제사람(처음에는 엄마나 대리모)이 믿을만한 존재로 현실에 존재해주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자신이 공격성을 사용해도 파괴되거나 다시 자신에게 보복을 가하지 않고 존재하는 대상을 경험하면서, 공격성을 자신의 인격 안에 통합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공격성을 통합하면서 아동은 대상사용의 능력을 획득하고 본능적 삶에서 자유로워진다.

상담 초기에 내담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상담자에게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존심을 위해서 예의를 지키거나 침묵을 유지하며 말을 돌리고 모든 책임을 주위 사람과 환경에 전가한다. 한편으로는 상담자를 끊임없이 시험(testing)한다. 상담자가 자기를 있는 그래도 받아 줄 것인지, 상처 입히지 않고 공격하지 않을 사람인지, 믿을만한 인격자인지, 지켜줄 것인지에 대해 상담자에게 저항하고 공격하며 상담자의 인격을 현실적으로 탐색해보는 행동을 많이 한다. 이때 상담자는 공격성의 발산형태로 나타나는 내담자의 미숙한 참자기의 일면을 수용하고 넉넉한 시선으로 봐주고 견디어 줌으로써 차츰 이 공격에너지가 참자기의 인격구조 속에 통합되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차츰 상담자가 자신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상담자를 믿게 되고 조금씩 자기 감정을 말하기 시작한다.

내담자가 공격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상담자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는 증거이다. 공격적 행동 안에는 감추어지고 꺾인 참자기의 모습이 있다. 상담자가 이러한 공격성 안에서 참자기가 회복될 수 있는 희망의 눈빛으로 내담자를 봐 줄 때, 이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특히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청소년의 공격성은 ‘강하고 사랑이 있는, 믿을 만한 어른들에게 자신을 붙들어 달라고 보내는 구조신호(SOS)’라는 새로운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봐 줄 때 잃어버린 생명의 요소를 되찾게 해 줄 수 있다(이재훈 외 2001).

③ 놀이하기 (playing)

위니캇은 상담을 함께 노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내담자와 상담자의 두 놀이 영역이 겹치는 곳에서 치료가 발생하며, 함께 놀이하는 두 사람의 작업이 바로 치료이다. 내담자가 놀이능력을 상실했을 때, 상담자는 놀이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내담자의 놀이능력을 회복시켜 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담자 스스로가 가진 놀이 능력이다.

놀이는 창조적 활동과 자기탐색이다. 놀이의 중심적인 관심은 자기(self)이며,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의 성장과 통합이 촉진된다. 아이들이 놀이에 집중하는 것은 일종의 중간 현상으로, 놀이의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자발성과 창조성이 있는 참자기의 모습을 발현한다.

대부분의 거짓 자기 문제를 가진 내담자들은 놀이 공간을 상실함으로 놀이 능력을 상실한 경우이다. 놀이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은 참자기를 상실했다는 의미로, 생명력을 잃은 무채색의 장미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과정은 내담자에게 잃어버린 놀이 공간을 되찾아 줌으로써 내담자에게 자발성과 창조성이라는 색채를 갖게 해줄 수 있다.

상담이라는 놀이공간에서 내담자는 자신이 알고 옳다고 생각하는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영역이나 의미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시도해보면서, 자유롭게 갖고 놀아보는 분위기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내담자가 원하지 않고 두렵다고 느끼는 사고나 생각이나 이미지를 분리시키지 말고, 그대로 떠오르는 것을 담아주고 허용해 주면서 자유롭게 서로 오고가는 놀이가 가능해야 한다. 상담하러 올 때 늘 무슨 말을 해야 될지를 망설이는 내담자에게 ‘아무 생각하지 말고 와서 여기서 생각나는 대로 해보자’는 불안이 없는 공간을 제공해줌으로써 상담이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놀이의 장이 될 수 있다. 내담자의 자발성과 창조성이 격려되는 자유로운 놀이 경험을 통해 내담자는 자기와 자기 세계를 발견하고, 현실 환경과 친숙하게 되어 삶을 생생한 감정으로 느끼는 치유와 성장이 일어난다.

현실에 속해 있으면서도 환상이라는 주관영역이 가능한 지점 - 그것이 바로 놀 수 있는 공간이며, 일종의 중간 현상인 상담 장면이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유롭게 함께 놀고, 괴롭히고, 회복할 수 있는 중간대상이다. 이곳에서 자발성과 창조성이라는 색채를 갖게 된 내담자는 중간 영역의 경험을 점차로 현실의 외부 세계로 확산하게 된다.

3) 변형적 내재화의 장(場 ;field) 제공

‘언제까지 충족되지 않은 양육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끝없는 내담자의 욕구에 맞춰주기만 한다면, 내담자는 언제 스스로 설 수 있다는 말인가? 상담자는 실제 어머니가 아닌데, 언제까지 양육자의 역할을 해야 한단 말인가?’ 위니캇과 코헛에게 많은 사람이 던져왔고, 던지고 있는 물음이다. 22 다행히도 내담자가 원하는 ‘완벽하고 예민한 반영과 전능 환상의 충족’이 필요한 기간은 ‘매우 짧다’고 한다. 위니캇에 의하면, 아기가 어머니의 예민한 반응-전능 환상을 충분히 경험하고 나면, 아동은 현실을 배우고 자신이 갖는 힘의 한계를 배우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과 한계의 깨달음은 어머니의 실패에서 시작되는데, 어머니가 조금씩 아동의 요구에 맞춰주는 것에 실패함(할 수 밖에 없음)으로써 아동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과 창조할 수 없는 것을 배운다. 아이는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한 분리 욕구에 힘입어 이러한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어머니가 아니라, 실제로 표현되는 욕구에 반응해주는 어머니가 된다. 위니캇은 이것을 “적응의 점진적 실패”라고 명명하면서, 아동의 분리발달에 본질적인 요소로 지적했다.

코헛 또한 유사한 개념을 ‘변형적 내재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내담자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과거에 좌절되었던 자기대상 관계를 상담자와의 전이관계를 통해 재경험하면서 멈추었던 발달을 재개시키는 것이 상담과정이다. 그러나 내담자는 상담자의 ‘점진적 공감 실패’를 필연적으로 만나기 마련이다. 자기대상으로서 상담자를 충분히 경험하면서, ‘점진적(매우 중요)’으로 상담자의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내담자는 자신과 상담자 모두를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이와 동시에 자신을 반영해주는, 이상화된 상담자의 기능을 “조금씩 내면화(변형적 내재화)”하면서 상담자 없이도 자신의 야망과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변형적 내재화의 과정에서 상담자들이 ‘점진적 공감 실패’를 의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오해는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점진적 공감 실패’를 실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좌절을 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내담자들의 과대적인 자기를 공감 반영해주는 자기대상, 이상화하여 융합하고 싶은 자기대상으로서의 상담자의 역할은 상담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반드시 경미한 실패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담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힘써야 할 부분은 충분한 자기대상이 되어주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를 좀 더 담담하게, 그 안에서 내담자들이 헤쳐 나가는 변형적 내면화의 과정을 신뢰하면서 공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 해석에 대한 견해

내담자의 변화는 해석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담자가 직관적이고 공감적으로 내담자를 수용해주는 데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코헛의 일관적 주장이다. ‘보상적 구조이론’에서, 코헛은 전이된 자기대상(상담자)과의 만족스런 경험만이 초기의 발달실패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실제 어머니가 깊은 병리를 가져서 적절한 반영과 이상화 경험을 갖지 못했을지라도, 그 내담자가 이상화된 상담자와 만족스런 관계를 경험하게 되면 내담자는 초기 경험에 대한 철저한 해석이 없이도 충분히 강한 자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관계 치료의 핵심적인 치료 요인은 내담자가 자기 대상인 상담자의 기능을 조금씩 내면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상관계 치료에서도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고전적 정신분석에서의 해석이 내적 욕동에 의해 발생한 타협 구조물에 집중된 반면, 대상관계 치료에서의 해석 내용은 주로 초기 관계에서 형성된 대상관계와 관련된 것들이다. 따라서 코헛은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병리의 원인인 외상적 경험을 반드시 찾아낼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때로 그러한 외상 경험들이 너무 심한 불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없는 내담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담자의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있는 외상적 경험들을 찾아내어 해석하지 않고도, 상담자와의 만족스런 경험자체가 치료적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23

그러나 학자들마다 해석에 대한 강조점이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대상관계치료가 비지시적이지만, 해석을 내담자의 경험과 문제에 대한 이해를 얻어나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법이며 치료자의 이해를 내담자와 함께 나눌 수 있게 하는 기법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Scharff & Scharff, 1991). 해석에 대해 강조하는 대상관계치료자들이 주로 다루는 내용은 주로 지금-여기 치료 장면에서 내담자와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경험이다. 그것은 주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속에서 전이와 역전이 형태로 재연되는 내담자의 대상관계이기 때문이다. 지금-여기를 다루는 기법은 치료자로 하여금 내담자와 경험을 공유하게 하여, 즉각적으로 이를 탐색하고 분석함으로써 더 설득력 있는 개입을 할 수 있게 한다.

지금-여기 경험 다루기에는 치료자의 역전이가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고전적 정신분석에서 역전이를 치료자 자신의 미해결 문제로 인해 치료장면에서 나타나는 반응에 국한하여 이해했고, 효과적 치료를 위해서는 극복되어야 한다고 인식되었다. 그러나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역전이의 개념을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로 유발된 반응을 포함한 개념으로 확장하여, 치료적 활용을 강조하였다.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로 유발된 역전이의 경우, 치료자가 자신의 반응을 충분히 자각하고 통찰함으로써 내담자가족의 경험에 대해 더 깊은 수준에서 공감할 수 있고, 내담자의 내면세계와 역동을 파악하고 치료적으로 다루는데 유용한 단서로 활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나. 대상관계이론의 치료적 활용

1) 상담자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대상들을 이해하는 틀로 활용

상담자는 한 번에 한 사람의 내담자, 혹은 한 집단의 내담자들과 치료 작업을 한다. 그렇지만 상담자는 다른 관계 모체(상담자 내면의 대상들) 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환자들 역시 그러하다. 상담자의 내면에 있는 대상들은 상담자와 함께 있으면서 상담자를 방해하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한다. 내담자들의 내면에 있는 대상들 또한 그러하며, 상담자와 내담자가 실제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 있는 대상들이 상호 작용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 상담자는 내면에 있는 대상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상담자는 그들을 상담실로 데리고 온다. 상담자는 변형된 내적 대상들, 즉 배우자나 자녀, 부모, 직장동료, 지도 감독자, 친구, 적을 상담실로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다. 환자들 역시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초로 형성된 내적 집단을 상담실로 데리고 온다(Sharff & Sharff, 1991).”

상담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면에 있는 대상들이 상담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내담자의 내면에 있는 대상들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담자 자신이 상담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상담자가 좀 더 현실적인, 있는 그대로의 외부대상으로서 내담자를 만날 수 있을 때에야 가장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담자의 내면에 있는 대상들을 형성하는 ‘내적 집단’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과거사와 최근의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가족들에 대한 내적이미지; 둘째 과거부터 상담자와 여정을 함께 한 내면의 인물들; 셋째, 이전에 만난 환자와의 치료경험을 통해 축적된 임상 경험; 넷째, 현재 상담자가 만나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료경험을 의미 있게 해주는 생각들이다. 이러한 치료자의 내적 집단이 환자 개개인과 관계하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는 것은 대상관계 심리치료 접근을 위한 상담자의 기본적 자질이 된다고 생각한다. 24

2) 내담자를 이해(사례개념화)하는 틀로 활용 25

사례개념화 혹은 내담자 문제 이해에 있어서 대상관계이론이 특히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생의 초기 경험과 관련된 문제는 내담자의 심리구조 뿐 아니라 광범위한 관계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문제나 증상을 유발-지속시키는 내담자의 내적 역동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현재 문제를 과거 경험과 연결시켜 파악하는데 이 이론이 매우 정교하고 유용한 개념적 틀을 제시한다. 대상관계 이론에서 보는 기본적 병리의 발생은 생애 초기 양육자와의 대인관계경험이 내면화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내담자의 독특한 대상관계의 왜곡이다. 이렇게 왜곡된 내적 대상관계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각과 외부 세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기본방식을 결정하는 심리내적 구조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 대상관계 이론의 기본적 관점이다. 이러한 틀로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3)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형성을 위한 틀로 활용

대상관계이론이 상담과 심리치료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또 한 가지 측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이다. 상담자-내담자 관계는 세 가지 요소, 즉 내담자의 합리적 자아와 상담자의 치료적 자아간의 협력인 작업동맹, 내담자 전이와 상담자 역전이로 이어지는 전이적 측면, 전이와 관련되지 않고, 진솔하고 현실적인 지각에 근거한 실제적 관계로 이루어진다.

대산관계치료에서는 상담관계에 나타나는 전이를 주시하고, 내담자의 대상관계 및 투사적 동일시와 연관시켜 그 역동을 탐색하고 파악하는 데 큰 비중을 둔다. 내담자의 대상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상담자는 내담자가 상담자를 어떤 존재로 지각할지,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상담자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며 어떤 역전이를 유발시킬지,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내담자 자신을 어떤 존재로 지각하고 경험할지, 이것이 상담자나 상담에 대한 내담자의 기대와 욕구, 태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비교적 조기에 파악하고 상담맥락에서 나타날 내담자의 역기능적 행동패턴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대상관계이론에서 강조되는 상담관계 활용의 또 다른 측면은 내담자가 상담과정에서 부정적 대상관계를 극복하고 긍정적이고 온전한 대상관계를 발전시켜나가도록 내담자-상담자 관계를 그 매개체로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치료적 관계를 형성을 위한 상담자의 태도는 위니캇의 안아주는 환경의 제공, 코헛의 자기대상으로서의 상담자의 개념에 집약적으로 표현된다.

치료자가 보여주는 근본적으로 수용적이고 일관된 태도는 내담자에게 충분히 좋은 대상(a good-enough object)으로 내면화되어, 인간에 대한 내담자의 기본적인 신뢰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버텨주는 환경에서 내담자는 그동안 위협적이거나 배척한 자신의 욕구나 충동 혹은 감정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면서, 좀 더 온전하고 통합된 자기를 형성해나간다. 그리고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기존의 대상관계와는 다른 대안적 사고와 행동을 모색하고 시도해봄으로써 현재의 실제상황에 맞는 좀 더 적응적인 대처방식들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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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그린버그 & 스테판 밋첼(1999). 정신분석학적 대상관계이론. 한국심리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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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샤르프 외(2002). 대상관계 개인치료 Ⅱ: 치료. 한국심리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