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자 토머스 조이너는 자살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의지가 확고한 사람만이 자살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월 중순 펴낸 '자살에 관한 신화(Myths about Suicide)'에서 세계적 자살이론 전문가인 조이너는 자살의 뜻을 이룬 사람은 공통적으로 두려움을 모르고 고통에 무감각하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아무리 자살하고 싶을지라도 겁이 많거나 숨이 끊기는 순간의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살에 끝내 성공한 사람은 제삼자가 중경상을 입거나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이너는 삶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을 되풀이하면 죽음에 익숙해지면서 자신을 스스로 해치는 능력이 생겨나기 때문에 자살을 실행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고통을 잘 견뎌내는 사람이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뒷받침된다. 하나는 어린 시절의 학대이고 다른 하나는 식욕감퇴증(anorexia)이다. 어려서 폭력에 노출되거나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사람은 훗날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의 고통에 길들여지면서 자살의 고통도 잘 이겨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식욕감퇴증에 걸린 사람의 20%는 결국 죽게 되는데 굶주림보다는 자살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03년 '일반정신의학문서(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2월호에 따르면 식욕감퇴증 환자는 정상적인 사람보다 자살할 가능성이 50배가량 높다. 굶주림을 참으면서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 생기므로 결국 자신의 목숨을 끊는 순간의 고통도 견뎌내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폭력적 환경으로부터 격리시켜야 함은 물론 정상적인 식사 습관을 갖도록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