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와 다문화교육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이 토론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가나, 네팔,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의 나라로부터 온 청년들은 각기 다른 문화와 가치관,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발언을 통해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이 드러난다. 이처럼 비정상회담은 세계화와 다문화시대를 맞아 인종과 언어, 문화, 종교를 달리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문화’라는 개념을 일반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권으로 구성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개인적인 담론에만 의존해서 다문화 사회를 전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다문화 가정은 이미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되었고 그들과 다수 집단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의식과 관련된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필자는 다수 집단의 문화의 소수 집단의 문화를 ‘동화’ 시키는 것이 아닌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다문화 교육이 체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문화 사회의 도래와 다문화 가정

동자와 결혼 이민자를 포함한 2009년 외국인 주민의 수는 1,106,884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수치였으며[1] 2013년에는 1,576,034명으로 2.9%에 이르렀다.[2] 2020년에는 5.0%, 2050에는 9.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3] 이처럼 외국인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가정 또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다문화 가정은 다양한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으로 외국인 노동자 가정, 국제결혼 이주자 가정, 국적 취득자, 유학생, 새터민 등의 가정을 포함한다.[4] 주목해야 할 점은 다문화 가정의 출산으로 다문화 교육의 대상자인 학령기 자녀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0세부터 만 18세 까지의 다문화 가정의 자녀의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168,573명으로 집계되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구성원이기에 그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여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시민으로 키워내고자 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다문화 교육의 목표와 쟁점

 다문화 교육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구성원들이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함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다[5].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어 언어 능력이 부족하고 주변의 편견과 오해로 정서적인 불안을 경험하면서 기초학습 능력의 부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나 농촌 지역의 결혼이주자 가정의 자녀의 경우 열악한 학습환경으로 인해 누적적인 학습 결손이 발생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다수집단 아이들과 같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한 편으로 그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맞춤형 교육을 받을 필요도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아 다문화 교육의 목표는 다양한 인종, 계층, 문화 집단의 학생들에게 평등한 교육환경을 조성하여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질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다.

다문화 교육의 쟁점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상반된 시각에서 기인한다. 우선 보수적 다문화교육을 주창하는 이들은 문화적 다양성이 국가의 국민적 일체감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문화적인 다양성이 전통적인 가치를 약화시키고 분리와 분열을 조장하여 사회를 해체시킬 위험이 있다고 본다. 이들이 주장하는 용광로 이데올로기(Melting pot)는 철광석을 녹여 하나의 쇳물로 만드는 용광로처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주류 문화에 동화되도록 하는 교육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비판적 다문화 교육을 주창하는 학자들은 다양성을 이해하고 관용, 존중, 신뢰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시민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주장한다.[6] 모든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샐러드 볼(Salad bowl)처럼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다수 집단의 아이들이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공존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두 집단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자문화의 가치와 전통에 대해서 비판적인 성찰을 통해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문화 교육과정 조직 방법

다문화 교육과정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배경과 역사, 언어, 종교 등을 공교육 과정 안에 자리잡게 하고 이를 실제 교실 현장에 구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뱅크스는 학교의 교육과정에 다문화적 내용을 통합하기 위한 네 가지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1단계는 기여적 접근법으로 소수 집단이 주류 사회에 기여한 점을 부각시켜 그들의 영웅, 명절 등과 같은 문화 요소를 교육과정 안에 편입시킨다. 2단계는 부가적 접근법으로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틀 즉 구조나 목표는 바꾸지 않고 다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위의 두 가지 접근법은 소수집단의 구체적인 문화적 요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기존의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3단계인 변혁적 접근법은 사회가 복수의 문화로 구성되고 문화가 상호작용하여 공동체가 발전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의 틀을 바꾸어 재구성한다. 4단계인 사회적 행동 접근법은 재구성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실천을 통해 다문화를 이해하는 태도를 함양시키고자 하는 방법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인권 침해 등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키지 못하고 피상적인 문화적 지식에 의존하는 1 ,2 단계의 접근법보다는 다문화 사회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변혁된 교육과정을 활용하는 3,4단계 접근법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다문화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

교육은 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 과정이다. 그러므로 교수자가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그 내용과 방법에 차이가 발생한다. 다문화교육 또한 마찬가지로 교사가 다문화적 인식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팽(Pang)은 다문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유형은 4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동화주의적 교사로 학교에서 주류사회의 보편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아이들은 이를 습득하여 주류사회에 적응하여야 한다고 본다. 둘째는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교사로 다양한 집단의 아이들이 협력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제공하여 편견을 극복하도록 하지만 기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지식은 갖추어야 한다고 인정한다. 셋째는 사회적 행동을 강조하는 교사로 아이들에게 소수집단이 겪는 사회적인 억압과, 불평등, 편견에 맞서 주체적으로 행동할 것을 격려한다. 넷째는 배려 중심 교사로 아이들이 상호 협력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정의, 공정, 평등, 자유 등의 가치에 대해 토론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